<p></p><br /><br />보건복지부가 감독해야 하는 국내 굴지의 비영리 재단법인이 '가족끼리' 경영으로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. <br> <br>부부가 이사장 자리를 주고받으며, 딸과 사위, 조카가 경영 곳곳을 주무르고 있습니다. <br> <br>김유림 기자의 '더깊은 뉴스'입니다.<br><br>[리포트]<br>"평생 경력 없이 전업 주부로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10억 가까이 받게 되신 거예요." <br> <br>"바른 말을 하는 사람은 승진을 못하고 아닌데 '맞다'라고 해서 승진을 하는 거예요" <br><br>보건복지부의 감독을 받는 한국의학연구소 KMI. <br> <br>'질병의 조기 발견과 치료 사업'을 목표로, 33년 전에 세워진 비영리 의료 법인입니다. <br> <br>서울,부산 등 대도시 7곳에 센터를 두고, 의료진 150명에 직원 천 4백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의 건강 검진 기관입니다. <br><br>어느 날, 기자에게 수상한 제보가 들어왔습니다. <br> <br>이사장 가족이 요직을 장악하고, 경영을 좌우하고 있다는 겁니다. <br> <br>[A씨 / KMI 관계자] <br>"여기는 말로는 재단 법인인데 안에서는 절대 군주같은 제왕 같은 이00 (전 이사장)의 권력이 있어요". <br><br> 20년 간 이사장을 지낸 이 모 씨가 병환을 이유로 사퇴하자, 후임 이사장을 뽑기 위해 열린 이사회. <br> <br> 반론 하나 없이 만장일치로 뽑힌 새 이사장은 이 씨의 부인 김 모씨였습니다. <br> <br>259회 이사회 (2016년 3월 7일) <br> "전임 이사장님을 내조해 오시면서 우리 재단에 대한 사랑이 깊고 여성 지도자의 능력과 업적이 검증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이사 선임을 제안합니다 (출석 이사 전원이 동의합니다) " <br> <br> 몇몇 협회에서 명예 이사를 지낸 거 말고는 경영, 특히 의료 기관 경영은 전혀 하지 않았지만 갑자기 연봉 8억 원을 받게 된 겁니다. <br> <br>[B씨 / KMI 관계자] <br>"전업 주부였어요. 집에서 살림만 하는. 경영의 경 자도 모르십니다." <br> <br>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. <br> <br>[C씨 / KMI 관계자] <br>이사회 보면 (전 이사장의) 30년 된 친구, 대학교 친구, 어렸을 때부터 친구…. 여기는 그렇게 찬성 할 수밖에 없어요. <br><br> <br>이사장 부부의 딸 이 모씨는 지난해 KMI 법무실 변호사로 입사했습니다. <br> <br>채용은 철저히 비공개로 이뤄졌고, 입사가 내정되자마자 임원도 아닌 이씨를 위해 별도의 방까지 마련됐습니다. <br> <br>[A씨 / KMI 관계자] <br>변호사라고 특별히 채용해서 딸만 비공개 채용해서 임원급 처우를 준다?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. <br> <br>이 씨의 남편이자 김 이사장의 사위인 이모 씨도 KMI 본사의 요직에 근무중입니다. <br> <br>채용 공고가 날 때는 '경력 1년 이상'을 뽑겠다고 했지만, 이 씨에겐 관련 경력이 전혀 없습니다. <br><br>취재 결과 이들 말고도 이사장의 친척 4명 이상이 KMI 도처의 요직에 포진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. <br><br>감독 기관인 보건복지부의 감사로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<br> <br>복지부는 "비영리 법인인 KMI의 사유화가 우려된다"며 개선 방안을 찾으라고 지적했습니다. <br><br>KMI는 이사장 연임을 한번으로 제한하고 이사장의 연봉도 다시 낮췄습니다. <br> <br>그러나, 문제가 된 이사장의 친인척들은 여전히 근무하고 있습니다. <br> <br>[천정배 / 민주평화당 의원] <br>"의료 행위라는 매우 공익적인 일을 하는 비영리 재단이 공익을 내팽개치고 이사장과 가족들로, 전문성이 전혀 없는 사람들로 이사진을 경영하고 매우 불투명하게...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." <br> <br>하지만, KMI 측은 능력이 있어 뽑았을 뿐 이사장 친인척이기 때문에 빋은 특혜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. <br> <br>[KMI 현직 임원 관계자] <br>"마침 변호사의 길을 가고 있는 (이사장) 자제분이 있어서 (공개 채용이라든지 시장을 알아보신 적이 있나요?) 워낙 (변호사 월급이) 비싸다는 걸 아니까... <br><br> (김00 이사장님은 아무런 경력도 없는 사람인데) 전임 이사장이 계시면서 계속 옆에서 내조하시면서 그 분의 내면을 알 수 있었고. 어머니 리더십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? <br><br>복지부 산하 비영리 법인인 KMI는 출연한 재산에 대한 세제 혜택을 받고, 국가의 건강 검진 사업 대행 같은 다양한 혜택도 누리고 있습니다. <br> <br>하지만 외부 감독은 2년에 한번 받는 보건복지부의 정기 감사가 전부. <br> <br> [ 정무성 /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] <br>"스스로 통제가 안 되면 친인척들간에 사유화를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가게 되죠. 투명하고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가에 대해 내부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합니다." <br> <br>국가의 다양한 혜택을 보는 비영리 법인이 사익을 도모하지 못하게 하는 보다 강력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. <br> <br>채널 A 뉴스 김유림입니다. <br> <br> rim@donga.com <br>연출 김남준 <br>글구성 전다정 김대원 <br>그래픽 김승훈